오늘 일정은 오빠를 만나 할머니의 반찬을 건내주는 것이다.
12시에 만나 점심을 같이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
오늘도 햇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할머니 방은 일어나자마자 내게 눈호강을 시켜준다.
오빠가 기숙사에서 오래 먹을 수 있는 반찬 위주로, 그리고 입원 때 먹고 싶었다고 얘기한 갈비까지.
탈이 나지 않도록 매실청까지 넣어서 만드셨다는 정성이 가득 담긴 반찬들.
어젯밤에 할머니께서 반찬을 만든 과정을 얘기하시며 탈 나지 말라고 매실청까지 넣었다고 하셨다.
오빠에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할지 몰라하시는 할머니가 눈에 보여서
짧게나마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하고 권해드렸다.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접시 하나랑 우유를 챙겨 갔다.
우유는 할아버지가 가져가라고 하셨다.
12시에 오빠네 학교 앞 벤치에서 기다리다가 오빠를 만났다.
점심은 마라탕을 오빠가 받은 월급으로 얻어 먹었다.
너무 많이 담아서 많이 남겼다. 오빠에게도, 환경에게도, 식당에게도 미안했다.
어젯밤에 공연을 찾아보다가
성남 아트센터에서 오늘 하는 공연을 하나 찾게 되었다.
심청전을 현대무용으로 해석했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가시면 좋을 것 같아서 전화를 드렸다.
할머니는 좋다고 하시는데 할아버지는 안 가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그리고 손녀랑 오붓하게 공연 볼 기회가 언제 있겠어요 하고
진짜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지.
할어버지는 내려갈 때 용돈 안 준다고 하시면서 귀여운 협박까지 하셨지만
끈질기게 졸라서 결국 가시기로 했다. ㅋㅋㅋ
할인을 받아서 저렴하게 예약했다.
밥 먹고 나서는 30년이나 되었다는 오래된 카페에 갔다.
밥을 사줘서 고마운 오빠에게 커피는 내가 냈다.
옛날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예뻤다.
커피 맛도 좋고, 찻잔도 예쁘고.
오빠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헤어졌다.
다이소에서 할머니 약통이랑 충전기를 사고 산성동 외할머니 댁으로 갔다.
빈손으로 갈 수는 없어서 귤 한 박스를 사갔더니 혼났다.
뭘 이런걸 사오냐고 하시면서.
그래도 외할머니랑 수다 떨면서 맛있게 까 먹었다 :)
저녁은 외할아버지가 끓이셨다는 맛있는 굴 미역국을 먹고 다시 태평동으로 넘어갔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아트센터로 출발.
할머니, 할아버지 사진도 찍어드리고, 공연 후에는 심청이랑 같이 사진도 찍었다.
공연은 내 예상과는 달리 심오하고 난해한 공연이라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죄송했다...
무릎이 아프신 할머니 좀 부축해 주시라고, 할아버지가 먼저 멋있게 팔짱 끼셔야죠 하니깐
할아버지가 집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할머니한테 팔짱 끼라고 하셨다.
흐흐 귀여우셔라
오늘 봤던 공연보다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팔짱끼시고 올라가시는 뒷모습이 더 예뻤던 하루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즐거운 추억을 하나 만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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